편안한 잠자리에 필요한 3가지 베개, 매트리스, 이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중에 매트리스는 인류가 직립보행과 동시에 바닥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사용하게 된 수면에 필요한 도구입니다. 당시 인류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서 매트리스를 만들었습니다. 석기시대에는 조금이라도 부드러운 잠자리에서 자기 위해 땅에 동물의 가죽을 깔거나 식물, 건초 등을 깔고 잠을 잤습니다. 이것이 일명 매트리스였습니다. 그러다가 BC 3400년경, 이집트인들이 다리가 있는 흑단나무 침대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바닥에서 올라가 잠을 자기 시작했으며, BC27년에 로마인들은 건초, 양모, 새의 깃털 등을 이용한 초기형태의 매트리스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임이 좋은 매트리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매트리스 제작에도 기술혁신을 가져왔습니다. 1865년 사무엘 키틀이 코일 스프링 매트리스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고, 이후 1879년에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면서 수면부족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1926년에 동남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고무를 이용한 라텍스 매트리스를 개발하여 상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폼매트리스의 주류를 이루는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1990년에 미항공우주국에서 사용한 저반발 소재를 바탕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이후 활발한 수면연구로 얕은 잠인 렘(REM)수면이 발견되었고, 소재 기술도 발달하면서 여러 새로운 형태의 매트리스들이 시장에 출시되었습니다. 이렇듯 인류는 동굴생활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더 좋은 잠자리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최근 들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신소재개발과 활발한 수면연구가 접목되면서 매트리스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트리스 생산업체들은 제각기 자기 회사의 매트리스가 수면에 좋다고 광고합니다. 쏟아지는 광고들 속에서 소비자들도 고민이 많아집니다. 침대는 고가인데다 한번 구매하면 10년 이상은 사용하기에 신중하게 고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떤 매트리스가 좋은 것일까? 과연 모두를 만족시키는 매트리스가 있을까? 매트리스를 바꾸면 수면의 질이 정말 나아질까? 나에게 맞는 매트리스는 어떤 것일까?
가장 편안한 매트리스에 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매트리스의 경도(단단함)와 수면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세 종류이 매트리스, 즉 단단한 것, 부드러운 것, 그리고 중간것에서 잠을 자게 한 후 만족도를 비교하는 연구실험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실험자가 집에서 사용하는 매트리스와 유사한 것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50년이 지난 후 독일의 한 병원에서 최상의 매트리스를 찾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환자에게 최상의 안락함을 제공하는 침대의 단단함 정도를 알아내 최적의 매트리스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는 누구에게나 잘 맞고, 누구나 선호하는 보편적인 최적의 매트리스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는 '사람은 각자 나름의 수면패턴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맥빠진 결과를 실망한 듯 발표했습니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있었던 연구결과와 동일하게 사람들은 평호 자신이 사용하던 매트리스와 가까운, 익숙한 것을 선호했습니다. 반면 일본에서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는 체중이 무거운 사람은 단단한 매트리스를 선호했고, 체중이 덜 나가는 사람은 부드러운 매트리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상급 선수일수록 잠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높았고, 수면환경에 대한 확고한 취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편안한 매트리스의 기준을 단순히 경도(단단함)만을 측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매트리스의 경도와 수면의 질은 그다지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누구에게는 편안한 매트리스가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한 매트리스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매트리스의 경도보다는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공간, 즉 침실의 환경이 수면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온도, 습도, 빛, 소음 등을 모두 고려한 수면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더불어 생활습관이 수면의 질을 크게 좌우합니다. 카페인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데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당연히 숙면에 좋지 않습니다. 잠들기 전 술을 마시는 것도 수면을 방해합니다. 잠이 빨리 올 수는 있지만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새벽에 깨는 횟수를 늘리게 합니다. 이처럼 좋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인한 불면증을 매트리스 탓으로 돌리면 답이 없게 됩니다.
체온관리(자율신경조절)돕는 매트리스
한편, 나에게 맞는 매트리스를 선정하는 기준 중 하나는 잠자는 동안의 체온 관리입니다. 잠이 드는 데는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호르몬이 필요합니다. 이 호르몬이 나오면 뇌파가 잠의 시작을 알리고 생물학적으로는 체온이 떨어집니다.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몸은 열을 방출하는데, 손과 발을 통해 열이 방출되면서 손과 발의 온도는 올라갑니다.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두한족역, 즉 머리는 시원하고 발은 따뜻해야 잠이 잘 오고 건강하다는 말은 과학적 사실로 밝혀져 있습니다.
잠을 자면서 이불 밖으로 내미는 현상은 우리 몸이 방출하는 열이 빠져나가지 못할 때 나타납니다. 매트리스의 소재가 몸에서 방출하는 열을 붙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체온이 내려가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매트리스가 찜통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몸이 더워지면 자주 뒤척이게 되고 이는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불면증 환자들은 보통 잠이 드는 시점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체온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때 잠자리 도구 중 몸에 밀착되어 있으면서 몸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매트리스가 자신의 체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매트리스인지를 점검해 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내 몸의 체온리듬을 보호하는 매트리스인지 아닌지가 매트리스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핵심적인 방법은 내 몸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살리는 것임을 잊지 맙시다.
당신의 꿀잠을,
오늘도 응원합니다!
잘자라 잘자라 잘자 잘자라~~~

밤에는 사람의 기운이 오장으로 들어가
장기를 튼튼하게 만든다.
- 황제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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