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의 추억
어린시절 이불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을까요? 아랫목 이불 속에 있던 밥그릇이 그려집니다. 난방이라곤 연탄불이 전부였던 시절에 우리 어머니들은 참 지혜로왔습니다. 추운 날 일하고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에게 따끈한 밥을 드리기 위해 아랫목에 밥그릇을 놓고 이불을 덮어놓으셨지요. 행여나 장난을 치다가 밥그릇을 엎어버릴까봐 조심하라고 하시던 한 여인의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있던 아랫목의 이불이 떠오릅니다. 그때 그 시절에 이불은 최소한의 난방에도 따뜻하게 잠을 재워줬었고, 방금 한 밥의 온기를 오랜시간 지속하게 도와줬던 이불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불은 말없이 사랑을 주는 고마운 엄마품 같은 곳입니다. 이불은 수면 중에 체온 보호를 돕습니다. 체온보호를 위해서 꼭 필요한 수면도구입니다. 인간은 체온리듬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일정 체온을 유지하는 매커니즘이 작동합니다. 날씨가 더우면 땀을 흘리고, 추우면 몸을 떨면서 움츠리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체온이 떨어져야 잠을 자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체온이 떨어지면 감기에 걸리는 등 질병에 노출되게 됩니다. 심하면 저체온증으로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이것이 수면 중에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이불을 덮고 자는 이유입니다.
구스이불
전통적으로 이불의 충전재로 쓰였던 우모feather는 조류의 몸 표면을 덮고 있는 털입니다. 14세기경부터 북유럽에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6세기, 르네상스 전후로 영국에서는 백조 털을 이용한 침구를 사용했다고 전해집니다. 조류의 고기는 식용으로, 털은 이불, 옷, 방석 등 여러 용도로 쓰였다. 19세기에 독일에서 우모를 분류하는 기계가 개발되어 오무의 제진, 세척, 탈수, 건조, 냉각, 선별, 혼합, 포장하는 공정이 개선되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후 폴란드, 헝가리, 체코, 시베리아 등지에서 우모를 수집하였고 유럽 각지에서 가공 공장과 침구 브랜드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생산이 늘어났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지금도 폴란드, 헝가리 구스 다운이 유명합니다. 덕다운 이불이 등장하는 안데르센 동화 "공주와 완두콩"이 쓰인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우모 제품을 이용한 사람들은 주로 귀족층이었습니다. 가격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대중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모 이불로 거위털 이불을 대표적으로 꼽습니다. 가을에 접어들면 구스다운 이불 광고를 자주 보게 됩니다. 함량과 원산지,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구스다운 이불은 가벼워서 좋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덥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주 추운 겨울에는 따뜻하고 좋았지만 꼼꼼한 봉재에도 불구하고 털이 빠져나오게 되어 방안에 털이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간혹 기관지가 약하신 분들은 털날림에 가끔씩 재채기를 하게 됩니다. 또한 세탁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털 빠짐 현상도 생깁니다. 털 빠짐을 보완하기 위해서 원단 표면에 얇은 막을 씌우는 프루프 가공을 합니다. 프루프 가공을 한 원단은 움직일 때 삭삭거리는 소리가 나서 귀에 거슬려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소리도 나지만 공기가 통하지 않아 따뜻해서 좋아하는 분도 있고 너무 더워서 싫어하는 분도 계십니다.
초극세사이불
최근에 초극세사 원단으로 이불을 만들어 털 빠짐이 없다는 광고를 합니다. 미세한 털은 빠지게 됩니다. 또한 보온성이 높은 구스다운 이불과 통기성이 떨어지는 초극세사 원단으로 만든 이불은 계속해서 이불 속의 온도를 계속해서 상승시키는 공통점을 안고 있습니다. 몸에서 나오는 체온과 자면서 나오는 한 컵 정도의 땀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 이불 속 온도가 상승하고 침구가 축축해지며 땀이 차게 됩니다.
한편, 적당한 무게감이 있는 이불이 심리적 안정과 숙면에 좋다는 실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개인차가 있습니다. 가벼운 이불일 때 잠을 설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거운 이불이 답답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개인별로 선호하는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에게 맞는 이불을 덮고 자는 게 좋다고 봅니다.
겨울철 난방이 잘 안 되는 환경이라면 구스다운 이불이 좋을 것입니다. 체온을 보호하고 한기를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이불에 사용할 마땅한 소재가 없던 시대에는 조류 및 양이나 낙타 같은 동물의 최적의 소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신소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자연친화적인 기술을 사용하면서 기능성도 배가된 제품이 고객들의 관심을 끌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 옛날에 비해 난방 시설 역시 너무 좋습니다. 그러니 전통적으로 좋다는 고가의 구스다운 이불만 고집할 게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이불인지, 어떤 소재로 만든 이불인지를 꼼꼼히 따져볼 일입니다. 즉 보온성, 통기성, 무게감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이불을 선택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이불과 진드기
수면이불과 진드기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많으실겁니다. 언제부터인가 진드기 없는 이불을 선택하는게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불 속에 진드기가 살지 않아 숙면과 알레르기, 아토피에 좋다는 이불 광고 영향 때문인거 같습니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집먼지 진드기와 함께 생활해 왔습니다. 현대는 옛날에 비해 진드기가 쉽게 서식하지 못하는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진드기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근거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공기 중에 떠돌다가 호흡기로 들어오면 천식을 초래하기 때문일까요? 알레르기와 아토피의 발생 원인은 다양합니다. 주로 환경과 식생활 등의 영향으로 자가치료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선천적인 체질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집먼지 진드기는 거미강(거미, 진드기 등~0.3mm로 아주 작습니다. 뼈가 없고 몸의 70~80%가 수분이며, 공기 중의 수분을 피부를 통해 흡수합니다. 인체에서 떨어진 각질, 비듬, 식물섬유, 집안 먼지, 곰팡이 포자 등을 먹습니다. 하지만 물거나 침으로 찌르지 않고 질병을 퍼뜨리지 않아 그 자체는 해가 없습니다. 하지만 배설물과 사체 잔애헤 포함된 성분이 사람 피부에 닿거나 호흡기로 들어가면 알레르기 증상과 피부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닙니다. 집먼지 진드기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경우만 해당됩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자신이 이에 해당되는지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안의 진드기
집 안에 있는 진드기는 철저히 쓸고 닦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내온도와 습도를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55%이상의 습도와 25~30도의 온도, 즉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왕성하게 번식합니다. 그러므로 집안의 온도를 25도 이하로 유지하거나 55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옷이나 침구를 세탁하면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수를 줄이는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 집먼지 진드기는 충격에 약합니다. 이불을 두들기면 많은 진드기가 내장파열로 죽습니다. 열에 약하므로 밖에서 이불을 햇빛에 말리고 걷을 때 두들겨 털어주면 개체수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 담벼락이나 빨랫줄에 이불을 널고 가늘고 긴 막대기로 두두리셨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가급적 섬유로 만든 인형은 매트리스 위에 두지 않는게 좋습니다. 진드기는 매트리스에 누웠다 일어났다 할 때 그 움직임에 의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먼지에 붙어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공중에 떠 있다가 커튼이나 벽지, 다시 매트리스 등 곳곳으로 내려앉게 됩니다.
초극세사 침구는 진드기가 이불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 위생적이라고 합니다.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불에 들어가지 못한 진드기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침실 도처에 머물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침대를 비롯한 바닥, 침실 벽 등 곳곳을 철저하게 청소하지 않으면 개체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초극세사 이불은 가느다란 실을 이용해 고밀도로 짜기 때문에 촉감은 좋지만, 촘촘한 조직으로 인해 공기순환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더워지면 진드기가 번식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됩니다.
'SBS 생생 리포트'에서 진드기와 세균까지 잡아준다는 이불전용청소기를 가지고 직접 실험한 내용일 방송된 적이 있습니다. 자외선램프와 진공흡입으로 진드기를 99% 잡는다는 광고를 검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확대카메라를 갖다 대니 여전히 진드기가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전문가는 침구 청소기에만 의존하지 말고 뜨거운 물에 자주 세탁하는 것이 진드기를 없애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진드기 때문에 잠을 못 잤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완전히 없앨 수 도 없는 진드기라면 수면환경을 적극적으로 깨끗이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신의 꿀잠을,
오늘도 응원합니다!
잘자라 잘자라 잘자 잘자라~~~

수면은 침묵의 동반자이다.
문제가 있으면 내일 생각하라.
-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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