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시작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보다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갈망이 커졌습니다. 두 발로 걷고 뛰면서 중력을 몸으로 크게 받게 되었고, 그전보다 피곤한 몸으로 저녁을 맞게 되었습니다. 사냥을 하고 돌아와 휴식을 위해 앉고 눕는 자리는 편해야 했습니다. 당시 인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지푸라기, 동물의 털 등을 모아서 잠자리의 바닥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바닥에서 떨어져 편안하게 몸을 누일 수 있는 침대가 생겨났습니다.
중세기에는 침대가 잠을 자는 곳이기도 했지만, 거실에 두어 자신의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는 화려한 장식용 가구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침대는 귀금속으로 장식되어 호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바닥에는 카펫을 깔고 침대의 기둥에는 커튼을 달았습니다. 낮에는 쇼파로, 밤에는 커튼을 닫아 잠자리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 귀족층에서나 누렸던 호사로 일반 서민하고는 거리가 먼 잠자리였습니다.
한국의 첫 침대
우리나라에 침대가 전해진 것은 대한제국 때였습니다. 고종황제가 러시아에서 들여온 침대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침대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습니다. 부를 상징하며 일부 귀족층만 사용했던 침대가 19세기 후반 스프링 침대가 개발되며서 매트리스와 함께 대중화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침대의 실용적인 면이 강화되었습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이 광고 하나로 우리나라의 한 침대회사는 엄청난 매출 시장을 이뤘습니다. 이 카피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히트를 쳤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과학'이란 단어에 매료되었던것 같습니다. '지금 같이 인문학과 인터넷이 공존하는 시대에도 이런 광고가 먹혔을까?' 하고 자문해 봅니다. 과학이란 단어에는 차가움, 엄정함, 규율, 원리, 원칙, 정형화 등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즉 산업발전, 신도시 건설 등으로 분주했던 90년대에 먹혔던 광고인 것입니다. 반면 요즘에는 자아, 사랑, 따뜻함, 배려, 쉼, 재충전, 치유, 혜택 등이 인간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과 연결되는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인 것입니다.
현대인에게 침대는 어떤 의미일까요? 부부에게는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자 함께 얘기하고 미래를 꿈꾸는 공간이며, 새 생명을 잉태하는 위대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병실에 있는 환자에게 침대는 어떤 의미일까요? 수술 후 회복시기에 밥을 먹고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등 실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고, 퇴원 이후의 삶을 그려보는 희망의 공간이자 수술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한 공간이며 한편으로는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누워있지 말고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침대를 잠자는 장소로 인지시키는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미 침대에서 책을 보거나 TV를 보고, 스마트폰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에게 강제로 이 방법을 권하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모션베드
최근들어 모션 베드motion bed의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침대에서 편안하게 여가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거나 독서 등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해 침대를 단지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휴식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몸을 이완시켜 편안하게 잠드는 환경을 만들거나 아침에 쾌적하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침대가 나올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라돈침대
퀴리부인은 방사성 원소 리듐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방사성 기체 라돈을 발견합니다. 낯선 단어 라돈이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20세기 초 라돈의 모체인 방사능 원소 라듐이 건강에 이롭가는 이유로 식품과 약품 등에 첨가됐었습니다. 그 후 방사능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사용이 줄어들었다고 알려집니다. 그렇다고 라돈이 완전히 낯설은 단어는 아닐거 같습니다. 신경통과 류마티즘에 효능이 있다는 '라돈탕', '라돈온천'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나이 드신 분에게는 제법 알려져 있고 아직고 영업중인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량의 방사선을 쬐는 것이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라돈은 담배연기, 석면, 벤젠 등과 함께 세계보건기구에서는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라돈 침대 사태를 몰고온 배경에는 업체의 제품 차별화에서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기존 제품과 뭔가 다른 점을 들어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라돈 성분을 넣어 만들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매트리스 만드는 소재에 희토류 '모나자이트'를 넣으면서 문제가 생겼던 것입니다. 방출되는 마이너스(-) 음이온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을 내세워 판매한 것입니다.
2001년 당시 일본은 마이너스(-) 음이온 제품이 한창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팔찌, 목걸이, 생리대, 침구 등에 토르마린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광고가 범람했었습니다. 심지어 음이온을 방출한다는 컴퓨터까지 나왔었습니다. 베개에 음이온 기능을 넣기도 했습니다. 몇 년 지나 일본에서 음이온이 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제품을 출시한 회사에서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비과학적으로 유행한 음이온 효과를 따라하면서 엄청난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국내엣서도 라돈이 검출되는 매트리스로 구입한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든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 때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도 유행했었습니다. 과학이란 말은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데 광고로 많은 사람을 믿게 하고, 근거 없는 말로 시장을 형성하는 일들이 사실상 많이 일어납니다. 라돈 침대 사태를 계기로 진정한 검증과 과학의 합리성, 살아 있는 인간 중심적인 제품이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침대의 일상
우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침대에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침대는 슬픔의 눈물을 받아주고 고독한 몸부림을 품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아파서 끙끙거리는 신음소리를 온 몸으로 받아주는 것도 침대입니다. 잠을 자면서 몸과 마음에 신비한 치유가 일어나는 장소이자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몸을 누인 장소이고 무덤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장소입니다. 필자는 침대를 과학이라고 부르기보다 정이 흐르고 생명이 잉태되며 나만의 눈물이 있는 곳, 꿈을 꾸며 희망을 품는 곳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당신의 꿀잠을,
오늘도 응원합니다!
잘자라 잘자라 잘자 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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